[10월12일]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와 그 영향를 살펴보자
미국이 대놓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 철퇴를 박아 버렸다. 한마디로 더 이상 반도체 굴기고 어쩌고 다 포기해라 이거죠.
중국의 무엇이 미국의 심기를 이토록 건드렸던 것일까요?
최근 기사를 좀 살펴볼까요?
8월5일 중국도 '낸드 200단' 뛰어넘었다…K반도체 큰일나겠네 (매일경제 기사)
8월5일 美 반도체 장비 제재에도…中 YMTC, '3D 패키징' 낸드 新기술 공개 (서울경제 기사)
8월11일 약진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얼마나 위협적인가 (ZDNET 기사)
9월8일 韓 위협하는 中 반도체굴기, 美 제재에도 매출 22% 껑충 (조선BIZ 기사)
9월9일 中 메모리 대공세…YMTC, 애플과도 거래 텄다 (뉴시스 기사)
대략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중국이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를 더 강하고 절실하게 하고 있고,
2.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면 우리나라에도 큰 위협이 된다.
저는 다음의 3가지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1. 중국은 왜 이렇게 반도체 산업 성장에 진심인가?
2. 미국은 왜 이렇게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 민감한가?
3. 우리나라는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신세인가?
그럼 한 가지씩 살펴볼까요?
1. 중국의 반도체 굴기 목적
중국은 2015년에 이미 '2025년까지는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 끌어올리겠다'라고 선언했고, 우리는 그것을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많은 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거 계속 그냥 사서 쓰면 되지 뭐하러 기술 개발에 엄청난 돈까지 쓰며 자급을 하지?
그런데 말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그냥 소비재의 의미가 아닌 향후 세계 패권을 쥐기 위한 '군사력'을 확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것입니다.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고정밀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며, 이런 반도체를 직접 설계부터 생산할 수 있는 나라여야! 세계 패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관상용 무기로 전락되었고, 각종 국지전에서는 오히려 '자폭 드론' 또는 '초정밀 소형 미사일'이 더 효과적인 상황에서 미사일 방어 체계나 레이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고집적 고성능 군사용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이유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의 배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선언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정말 무서운 속도로 중국 반도체 기술이 성장한 것입니다.
2. 미국은 왜 이렇게 중국 반도체 굴기를 무너뜨리기 위해 애를 쓰는가?
네~ 당연히 이런 중국의 속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요. 더 정확히는 중국의 이러한 성장을 상당히 경계?(무서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최첨단 무기 체제를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에 도전한다면 살짝 답이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인구가 깡패라고도 하죠? 미국이 약 3억 명, 중국이 약 14억 명... 4배가 넘게 차이가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좀 분열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만... 중국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그것이기도 하죠.) 러시아가 요즘 까불지만 인구 다 합쳐봐야 1.5억 명 정도입니다. 세계 2위 군사력이라고 자랑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조차 이기지 못하는 수준이고 미국하고 붙으면 6시간 안에 무력화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여튼 아직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첨단 무기체계, 특히 태평양에 포진된 해군력(공군력 포함)과 전 세계에 걸친 미사일 방위 체계를 뚫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구수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는 상황임을 자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우수한 공군력과 미사일 공격 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미국도 한판 해볼 만한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해전술이 아닌 정밀 타격 고속 미사일을 마치 '인해 전술'로 엄청나게 쏟아붓는다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더라도 핵사용에 버금가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사실을 미국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력을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게 하고 싶은 것입니다.
더 이상 중국이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초정밀 초고속 미사일(또는 드론) 같은 첨단 무기를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싶은데 바로 반도체 굴기 선언을 보고 "바로 이거다~!"를 외친 것이죠. 어딜 감히~ 하면서 처음에는 반도체 수출을 막더니, 그다음은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막고, 급기야 반도체 설계 도구(프로그램)까지 막아 버렸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장비, 설계 지원 프로그램이 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장비였기 때문에 "나 너한테 안 팔아~" 하면 중국은 그냥 먼 산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쿨럭~
하여튼 이러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 파괴 전술로 인해 앞으로 적어도 100년 정도는 미국의 세계 패권은 안전하게 보장될 것 같습니다.
3. 우리나라는 결국 등 터지는 새우 꼴인가?
단기적으로는 등 터지는 새우 꼴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중국이 무럭무럭 성장하던 시기였던 지난 2000년에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물량 중 반도체는 고작 3.2%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작년 기준 중국 수출물량의 39.7%가 반도체 물량이 돼버립니다.
무려 12배가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으로의 반도체 공급 제한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중국 반도체 수출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AMD나 nVidia 등 미국 반도체 업체 역시 동일하게 겪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만 등 터지는 꼴이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전체가 등 터지는 꼴이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 큰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조선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배터리 등등 각종 제조업 분야에서 일단 중국이 등장하면 가격이 기존 업계의 절반 이하로 시작하고, 치킨 게임을 불사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정부는 대놓고 내수시장을 토대로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반도체 분야 역시 메모리 분야부터 시작해서 비메모리 분야까지 중국이 시장을 흐리면서 점유율을 장악해 나가기 위해 국가적으로 덤벼들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것을 아예 대놓고 "하지 마~~"를 외치면서 막아주니 솔까 우리는 개꿀~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로 우리나라가 80%에 가까운 독점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 향후 100년 정도는 유지될 것 같습니다. 또한 비메모리 분야 중 파운드리 산업 역시 TSMC와 삼성전자로 양분되어 경쟁하는 구조가 계속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해 메모리 분야처럼 우리나라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향후 중국이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완제품이라도 공급받기 위해 더더욱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협상력과 지위를 올려주는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줄어드는 반도체 판매량만 잘 넘긴다면 앞으로 더욱더 확고하게 전 세계 반도체 산유국으로서의 당당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미국~ 아주 잘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