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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황 및 이슈

[10월9일] 원유 감산 발표로 반도체 감산의 의미도 살펴보자

by 투자 직딩 2022. 10. 9.

지난 10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요 산유국이 오펙+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하는데 하루 생산량이 평균 약 4000만 배럴이 넘는 것에 비하면 감산량이 전체 5% 정도밖에 안 되긴 합니다만... 이유는 표면적으로 세계 경기 침체로 유발되는 유가의 변동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더군요.

출처 : 연합뉴스

솔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대급 돈을 벌고 있는 산유국 입장에서 오히려 유가 더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뽑아서 팔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만...

하여튼 저는 이 감산의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원유 감산이 그렇게 엿가락 자르듯이 쉽게 줄이고 늘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어렵게 탐지한 오일층까지 수천 m를 파고 내려가는 작업이 엄청나게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한번 원유가 솟아 나오면 그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 시추공은 계속해서 원유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한번 시추공을 세워 지하 원유층의 분출 압력이 없어지면 그 시추공은 대부분 폐쇄시키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시추공을 다시 파야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추공을 폐쇄하는 데에도 역시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번 증산을 하든, 감산을 하든 결정이 나면 상당 시간 동안 다시 변경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런 어려운 결정을 최근 이 어려운 시국에 산유국들이 모여서 결정했다는 것이죠. 물론 정말 실제로 감산까지 하겠나? 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하지만 아마 노후되거나 원유 생산량이 떨어지는 시추공은 폐쇄한 후 더 이상 늘리지 않을 방향으로 진행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미국은 대분노하며 에너지를 볼모로 한 시대착오적 갑질이라며 오펙+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뾰족한 대안이 있지도 않습니다.

음... 여기까진 알겠고, 데 이게 반도체 감산하고 무슨 관계? 하는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한번 볼까요? 반도체 생산라인도 한번 구축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기도 하지만, 원유 시추와 같이 한번 가동이 되면 계속 중단 없이 생산설비를 돌려야 하고, 생산라인을 세웠다 다시 돌리면 정상적인 생산 수율이 나올 때까지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조금 다른 예이긴 하지만 지난 3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제조) 1위 업체인 TSMC가 강도 6.6 지진으로 인해 생산라인 일부가 약 6시간 동안 중단되었는데 재가동을 위한 손실 등으로 최소 40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이렇게 반도체 생산량 역시 한번 대량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나면 밀어내기 식으로 계속해서 생산을 해야만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지난 6일 세계 3위 메모리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에서 재고량이 150일 치를 넘겼다면서 생산량 감축 발표를 하는데 이르렀습니다. 마이크론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계속 재고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생산량 감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가 동나서 차량 생산조차 안된다고 난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정도만에 재고가 남아도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불과 2달 전에 120달러가 넘어가며 오일 쇼크가 온다고 난리였던 상황에서 지금 7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지면서 생산량 감축을 발표하는 유가 상황과 참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세계 반도체 생산은 원유 생산과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생산량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 데나 시추를 한다고 원유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죠. 반도체 제조 기술이 바로 원유 시추의 원유층과 같은 의미입니다. 

대한민국이 바로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22%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것은 세계 원유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산유국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저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출처 : 이데일리

비록 자원이 없는 땅덩이지만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노력으로 반도체라는 산업의 원유와 같은 원자재를 생산하고 조절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5월에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중 첫 번째로 삼성전자 3 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방문했다는 것이나 미국이 우리나라에게 '칩4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협력을 제안한 것 등이 이를 증명해 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상부 산유국 지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산업의 원유와 같은 원자재의 생산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바로 그런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유는 매장량이 끝나면 더 이상 생산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소재 개발로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생산이 가능하고 기술 격차와 생산 능력 차이로 더더욱 높은 벽을 만들면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자부심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항공사진 / 출처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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